급격한 사회변화 대응을 위한 고등교육의 역할:
3년제·평생교육·교육간 연계
일 자 2021년 8월 23일(월)
장 소 석오빌딩 사무실
인 물 우동기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대담자 오대영(대학교육 편집위원장, 가천대 교수),
박홍기(대학교육 편집위원, 서울신문 이사),
백정하(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
정 리 김흔(대교협 정책연구팀 연구원)
■ 2021년 27대 총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총장님께서는 대구시 교육청 교육감과 영남대 총장을 역임하시면서 유·초·중등 분야와 고등교육 분야 모두를 섭렵하신 교육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교육전문가로서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지역대학의 위기,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상황 등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과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대한 평소 생각, 고등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총장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대학들이 구조조정이나 혁신을 해야 한다는 말을 이미 20년 전부터 했죠. 대학의 위기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때하고 지금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양상은 다릅니다. 그때는 인재의 사회적 수요와 대학의 공급 곡선의 불일치에 의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거예요. 그러나 지금은 절대 자원인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위기로서 그 양상이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되었어요.
작년 출생 인구가 27만 명이에요. 평균 대학 진학률이 80% 정도라고 할 때, 18년 뒤 2040년경에는 한 20만 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예측할 수 있죠. 지금 전국 대학 정원이 거의 47만 명인데, 수도권 내에 4년제 정원이 13만 5천명, 전문대학까지 합하면 20만 명 정도죠. 수도권을 채우고 나면 지방 대학은 모두 소멸된다고 봐야죠.
또 하나, 수도권 대학들도 일부 대학은 정원을 못 채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국의 의대, 간호대, 약대, 육군3사관학교, 특수목적 대학교 같은 경우는 사회적 수요가 있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2024년이 되면 출생인구가 24만 명쯤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어느 대학이든 관계없이 기본 자원은 없어질 것입니다.
저출산 인구문제는 노동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소비가 줄어들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인구가 적으면 노동 생산 시간을 늘려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첫 직장에 진입하는 입직(入職) 연령이 OECD 국가 중에서 제일 높아요. 그리고 다른 나라보다 초·중등과정이 약 2년 정도 더 길고 남학생인 경우에 군대까지 다녀오면 더 그렇죠.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인구도 줄어드는데, 노동 생산 가능 시간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적어요. 이 문제를 교육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오히려 학제를 개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놓친 것 같아 안타까워요.
또 하나 변수가 있는데, 직업의 생명 주기가 엄청나게 단축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상태로 보면 5~6년마다 직업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예전처럼 대학 들어와서 한 전공을 공부해서 평생 직업으로 보장받던 시대는 지났어요. 그래서 이제는 평생교육체제로 가야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대한민국의 초·중등·고등교육에서 ‘틀을 새로 짜는 것’이 인구가 적은 시대에 살아갈 수 있는 길이며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학제를 개편하고 입직 연령을 낮춰야 산업구조와 맞춰 사회가 유지될 수 있어요. 대학의 ‘1년2학기-4년 졸업’ 체제를 고집하지 말고, 학생들이 1년이라도 빨리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정책적으로 보완을 해줘야 됩니다. 제가 2005년에 영남대 총장이었을 때 3학기제를 운영을 해봤어요. 학생들에게는 방학도 없고 3년 만에 졸업한다는 게 부담스러워서 인기가 별로 없었어요. 그러나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는 한번 해볼 만한 프로젝트에요.
그래서 우리 대학에서 이번에 신설한 단과대학인 유스티노자유대학은 ‘1년 3학기-3년 졸업’으로 설계하였습니다. 전 과목을 100% 온라인 강의로 운영하는 사이버대학을 단과대학으로 만들었어요. 2022학년도 신입생을 4개 학과 즉, 복지서비스학과, 상담심리학과, 경찰탐정학과, 부동산경영학과에서 252명을 모집합니다. 학사학위는 대구가톨릭대학 총장명의로 나갑니다. 이제는 일반대학과 사이버대학 경계도 없애야 해요. 그동안 일반대학에서는 사이버강좌를 20%만 운영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규제가 풀려서 100% 해도 되는 상황이 됐어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왜냐하면 단과대학과 학과 설립은 대학교 재량이고, 일반대학 정원 중의 일부를 이쪽으로 돌렸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어차피 지금 사이버로 강의하는 인프라도 갖춰져 있어서 처음으로 이런 경계를 무너뜨리는 혁신적 파괴 작업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제는 사이버와 오프라인 대학 간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라고 봐요.
일반대학에서 이런 시도를 한다면, 아마 학과가 모집이 중지되거나 폐과했을 때 교수들의 책임 수업 시수를 새로운 제도로 확보할 수 있을 거예요. 현재 우리가 신설한 사이버 단과대학은 학생 모집 대상을 지역 내 고교 3학년에서 전국단위로, 만학도, 그리고 재교육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로 바꾸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직업의 생명 주기가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졸업한 학생들이 새로운 직업을 구해야 할 때 다시 교육을 받고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그러니까 평생교육 대학으로 전환하는 거죠.
■ 총장님께서는 ‘유·초·중등 교육 체제 및 평 평생교육과의 긴밀한 협력’과 연계된 고등교육을 하겠다고 공언하셨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중점적으로 추진하시고자 하는 사업과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앞서 대한민국 교육의 시급한 문제로 학제 개편을 말씀드렸는데, 또 하나 우리나라 교육의 맹점 중 하나는 유·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이 너무 이원화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영남대 총장을 하다가 교육감이 되어 보니까 우리나라 고등교육인 대학교육이 중등교육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미 토론식 수업이 유·초·중등에서는 활성화되어 있는 등 중등교육이 고등교육보다 교수학습방법에 있어서 앞서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대학교수들은 연구 능력에서는 앞서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범대학조차 주입식 교육을 시키는 상황입니다. 교사가 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론식 수업과 역량 기반 교육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능력이 부족하니 교사로 임용된 후 전부 연수가 필요한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지요.
대학에서 커리큘럼을 개발할 때 유·초·중등 교육을 참고하지 않다 보니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교육감 재임 중에 지역대학 총장님들을 초청해 중등교육 현장을 보여주고 고등학교 교과서를 드렸어요. 대학교수들이 본인 전공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고등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사범대학교사 양성 과정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문제임을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감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교사임용고사의 면접제도를 바꾸는 것이었어요. 면접에서 협력수업을 시연시키고 인문학 면접, 상담 면접까지 봤어요.
예를 들어, 1차 면접이 끝나고 나면 1차 합격자 대표가 정해진 인문학책 100권 중에서 7권을 추첨해요. 그리고 2차 면접을 할 때 7권에 대해서 집중 면접을 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해당되는 책을 읽지 않고는 면접을 볼 수가 없죠. 인성이 좋은 교사를 뽑아야 된다는 사회적 요구는 있지만 인성을 테스트할 마땅한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인문학 관련 면접을 시작한 거예요.
교원양성기관에서 예비교사들이 상담 과목을 이수하도록 면접과목에 넣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에서 학교 폭력 문제라든지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학생들도 대단히 많은데 정작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에서는 상담 과목이 ‘선택’ 과목이에요. 그래서 이수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상담에 필요한 공감 능력이 거의 없는 채로 교사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학교마다 전문 상담 교사가 배치되긴 하지만, 그 정도 인력으로는 대응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담임 선생님이 이 부분에 대해서 백업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서 대구 교육청에서는 전 교사 60시간 상담 교육을 시켰어요.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단절로 인해서 일어나는 문제 중, 또 하나가 ‘장애 학생’에 관한 것입니다. 지방대학은 학과에 따라 선발 기능이 이미 없어져 버린 곳도 있어요. 원서를 넣으면 다 합격하니까 일반 고등학교에서 통합반이나 특별반에 있던 발달 장애 학생들이 대학교에 입학해요. 그런데 대학들은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이 문제예요. 지방 대학의 이런 현상들이 단순하게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떨어졌다는 문제를 떠나서 교육 방법을 달리해야 되는 학생들이 섞여 있는 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대학교수들은 학생이 발달 장애라도 경증의 경우는 잘 인식할 수가 없습니다.
중등 교육의 경우에는 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장애가 있다고 알려줘요. 특별반에서 학습할 때는 특수교육 전공 교사가 지도를 하고 통합반에서 공부할 때는 학습 보조원도 지원해주고 다방면에서 밀착 지도를 해줍니다. 그런데 대학에 오면, 본인이나 학부모가 알려주지 않으면 담당교수님이 알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후, 재학생 1만 6천 명의 학부모님들에게 편지를 다 보냈습니다. 경증 발달 장애 학생이 대학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본인이 알려주지 않으면 장애학생들의 어려움을 알 방법이 없으니 학생의 상황에 대해 알려달라는 부탁을 드렸어요. 그러면 학습 보조원도 지원해주고 대학에서 각별하고 세심하게 교육을 시키겠다고했지만, 낙인 효과를 우려해서 인지 알려온 학부모는 많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 발달 장애 학생들에 대한 문제는 대학뿐만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 보완 및 해결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등교육까지의 좋은 점이 고등교육에서 연계가 끊어지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총장 취임 후 그 해법을 찾으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교수 중에 한 과에 한 명 정도는 고등학교 교사 경력이 있는 사람을 임용하겠다고 공언했고, 고교 학점제를 시범 사업으로 하고 있는 고등학교에 우리 대학 교수들을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고등학교에서 2시간 수업하면, 책임 시수 3시간 인정해 주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학교에 훨씬 더 도움이 되겠더라구요. 그리고 중고등학교는 벌써 역량기반 교육을 도입하고 있지만 대학은 학과별 이해관계 때문에 도입한 곳은 손에 꼽혀요. 다행히 우리 대구가톨릭대학은 교수님들의 협조덕에 역량 기반 교육으로 교육과정이 짜여있습니다.
■ 최근 지역 대학 간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공유대학 운영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지역 대학 간’에 어떠한 협력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총장님의 견해를 여쭙니다.
지역 대학 간, 수도권과 지역 대학 간 공유대학을 하려면 ‘전임교원 확보율’을 대학평가에서 없애야합니다. 교양 과목 하나를 두고도 대학에서 계열별로 치열해요. 어려운 문제에요. 우리 대학과 A대학에 ○○학과가 모두 미달되서 A대학 총장에게 코드 쉐어(Codeshare)하자고 제안을 했었어요. 학생이 미달된 상태에서는 서로 힘드니 A대에서 2년, 우리 대학에서 2년, 그렇게 해서 등록금도 나누고 공동학위를 수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대학 간의 교수를 어느 쪽으로 몰아주는 것은 안 되지만 각 대학의 교수들이 정년이 될 때까지 수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코드 쉐어는 항공사들이 국제노선 등에서 두 항공사가 동시에 발권을 하고 승객이 많이 모인 쪽으로 몰아주는 제도인데, 항공사는 경비를 줄일 수 있고, 승객은 출발이 보장되어 만족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캠퍼스 쉐어’를 통해 수업이나 학사 행정, 실습 장비, 수업 기자재 등을 공유해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대학도 인력 등 운영의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해 지역 대학들 간의 협조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가톨릭계 대학 간의 상호 학점 교류 등 실질적인 공유가 이뤄지는지, 이뤄진다면 어느 수준인지를 말씀해주십시오.
가톨릭계 대학들은 서로 협의체만 가지고 있지만 완전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그러나 사실 가톨릭계 대학은 ‘교회 정신’으로 뭉칠 수 있어서, 디지털 공유 혁신대학을 신청했지만 탈락되었습니다.
전국에 12개의 가톨릭계 대학이 있습니다. 수도권, 중부권. 남부권에 각각 하나씩, 3개 정도의 대학으로 통합하여 캠퍼스나 재산 처분 등을 통해 장학기금을 마련하면 정부 눈치 안 보고 가톨릭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대학운영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획기적인 교육 제도로 ‘가톨릭 교회대학 다운 작지만 강한 대학을 한번 만들어보자’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교육감과 총장을 역임하시면서 느꼈던 한국 교육이 가진 문제점들을 중간중간 짚어 주셨는데요, 구체적으로 대학 전반 또는 지역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나 완화해야 할 규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외에도 정부나 교육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먼저 대학 입시 문제입니다. 단순히 대입 공정성을 이유로 정시모집제도를 확대하고 있는데, 미래 인재 양성을 한다는 측면에서 정시 모집 확대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교육제도라고 생각합니다. 2025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역량 기반 교육과정이나 고교학점제 역시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을 전제로 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수능을 기반으로 하는 정시모집 확대는 교육과정이 무시되는 것으로 학교가 가르치는 것과 입시제도가 다른 모습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화 시켜주기 위해서는 대입제도가 받쳐줘야 되거든요. 학종 제도는 수도권 상위 대학에서 핀셋으로 학생을 뽑아가듯이 스토리가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 신뢰가 어느 정도 정착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구나 교육은 부동산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데, 서울 강남학군처럼 대구에는 수성 학군이 있어요. 대구의 경우, 학종으로 비수성구 학생들의 진학률이 좋아지니 비수성구 중학생들의 수성구로의 전입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정시가 확대되면서 수성구의 부동산값이 폭등하였어요.
더 큰 문제는 지금처럼 정시 구조로 가니까 인력 양성이란 측면에서 왜곡된 현상이 일어나요. 예를 들어, 우리 대학 의과대학의 60%는 수도권 학생들인데, 인턴마치고 나면 다 수도권으로 돌아갑니다. 전문의 할 인력이 없어서 지역에 의료 인력 부족현상이 나타나죠. 의과대학 교육이 암기식 교육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능을 선호하는 거예요. 그런데 인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미래인재를 뽑으려면 학종이 좋은 방법이에요. 그래서 우리 대구가톨릭대학은 정부로부터 불이익이 있어도 학종 전형으로 가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리고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향후 한계대학이 늘어날 것을 대비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중 사립대학교의 퇴로를 열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령인구가 줄면 사립유치원, 중·고등학교 대학까지 다 연결되는데 사립학교 법인의 퇴로를 마련해 줘야 돼요. 과거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사립학교가 폐교를 하면 기본 재산의 30%를 위로금 형태로 주는 게 있었어요. 그때 많은 지방 학교들이 문을 닫았어요. 지금은 그런 제도가 없으니 실제로 지방의 사립중고등학교 중에는 학생이 5~10명이어도 폐교하지 않아 교사 15~20명 월급은 계속 줘요. 심지어 나중을 생각해서 학생이 없어도 사립 재단을 유지하는 곳도 있어요. 결국 국가 전체의 교육 경비 증가로 연결되죠.
그래서 제가 정부에 한 번 제안을 했어요. 지금 수도권에 택지 공급이 안 되는데, 대학 같은 경우 최소 2만평 이상이니, 폐교하게 되면 정부는 아파트 부지 확보가 가능하게 되는 거죠. 실사구시적 교육 정책과 같이 맞물려 들어가면 사립대학도 좀 조정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은 학교를 사고팔아요. 우리나라도 학교법인이 사회복지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하면,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들이 있는 대학들의 경우, 실버타운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전환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대구가톨릭대학교는 대구시 교육청과 함께 국제바칼로레아(IB) 운영과 안착을 위한 협약을 하셨는데요, 현재 진행 사항은 어떠하신지요? 그리고 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을 귀 대학에 도입하여 적용하거나 입시에 도입할 예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은 제가 교육감 시절에 준비하였고 지금 현 교육감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요, 곧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을 합니다. 그런데 바칼로레아를 이수한 학생들은 수능을 못 쳐요. 이 학생들은 별도로 뽑아줘야 되는데, 그러려면 학생부 종합전형을 해야 돼요. 그리고 수능 최저 기준 등급을 없애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단계적으로 학생부 종합전형을 내년부터 대폭 확대를 합니다.
현재 ‘고교학점제’ 시행에 대해서도 도입의 시기와 방법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있죠. 왜 반대하느냐 하면, ‘고등학교가 기반이 안 갖춰져 있다’ 하는데 이건 대학이 도와줘야 돼요. 소수 과목, 특히 인문 쪽을 우리가 조사해보니, 수요가 굉장히 많은데 이 부분은 고등학교 교사들만으로는 운영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교육청에 우리 대학이 적극 돕겠다고 제안을 했어요. 교육청에서 필요한 과목을 요청해 오면 직접 우리 대학에서 인력을 재능 기부하겠다고 했죠. 그러면 대학은 두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걸 통해서 체계적인 대학 홍보가 될 수가 있고 또 하나는 교수들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해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대학교에는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교수가 58명 있어요. 교사 자격이 없어도 코 티칭(co-teaching) 하면 수업을 담당할 수 있도록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교수들한테 신청을 받고 있어요. 고등학교 교과서를 나눠주고 각자의 전공을 가지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한번 개발해 보라고 했어요. 그렇게 개발된 교육과정을 고등학교에 보내주고 이 중에서 희망 과목이 있으면 신청하라고 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필요한 과목을 우리 대학에 요청해 올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 대구가톨릭대학교는 대학 최초로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인성교육원을 설립하였는데, 인성교육을 위해 특화된 교육 방안이나 교육방향과 차별화된 학교 시스템은 무엇입니까? 이를 통해 어떠한 변화와 성과가 있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대학은 이미 인성 교육을 역량기반 교육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대구가톨릭대 총장으로 오면서 깜짝 놀란 것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엄청 착해요. 그리고 기업에서도 우리 대학 출신 학생들을 굉장히 환영을 해요. 그래서 대구 경북에서 취업률 1위인데, 이유를 들어보니 이직률이 낮대요.
우리 대학은 교육과정에 따라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학교가 설정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역량별 교양과목을 설치하고, 인성교육원에서 신부님들이 인성 캠프를 운영하는 등 인성교육의 체계화와 장학제도가 잘되어 있어요. 기본적으로 교육부가 조사하는 인성 영향 검사에서 5년 연속 전 부분 1등을 했고 작년에는 대한민국 인성 교육 대상을 받았습니다.
■ 이 외에도 미래인재 육성 전략 및 특성화?차별화된 운영시스템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의대, 간호대, 약대, 의료 공학과 같은 분야는 늘어나는 노인 인구의 복지 수요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까이런 쪽을 좀 특성화를 시키고 공대와 소프트웨어 분야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산시, 경상북도에서 약 300억 정도 지원·투자해서 로봇 융합 캠퍼스를 만듭니다. 나머지 부분은 평생학습대학으로 전환을 하려고 합니다. 사실 지역 대학은 이제 특성화가 의미가 없어져 버렸어요. 절대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특성화라기보다는 우리 대학의 교육대상을 바꾸고, 교육방법은 AI기반으로 혁신하고자 합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미래학자들이 직업의 생명주기를 5~6년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 자기 전공이 사회적 수요가 없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렇게 사회적 수요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할 때, 바로 그때 대학의 존재가 더 필요하지요. 그래서 우리 학교는 ‘졸업부터 은퇴까지 삶을 책임지는 대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졸업생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입시에서 신규입학보다 재입학·편입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교수에요. 교수는 전공하면 30년 이상 그 전공만 가르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제가 우선 1차적으로 전공 전환 제도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예전에는 해당 대학 교수가 자대 대학원 진학을 못하게 하는 교육부 훈령이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그래서 저는 교수들이 우리 학교에서 새로운 전공으로 석·박사를 할 수 있도록 했고, 그 기간 동안 안식년을 줘서 전공전환을 돕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연구보다는 교육중심대학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기 위해 교사출신 교수도 뽑고 비정년 트랙으로 기업체 교수도 채용하고 명예퇴직제도도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대학은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 됩니다. 단순히 전공 교육을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맞춤형, 밀착형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데, 지금의 대학 맨파워로는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먼저 모든 수업을 학생들이 대면과 비대면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대신 교수님들은 수업 시간표에 정해진 시간은 무조건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는데, 모든 수업은 녹화 후 편집해서 일주일씩 올려주려고 합니다. 학생들이 대면과 비대면을 상황에 따라 선택하기 때문에 강의실에 한 명이 있을 때도 있고 10명이 있을 때도 있어요. 녹화된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플립러닝처럼 복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기초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간격을 메워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종료되더라도 이 시스템은 유지할 예정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담임교사 등이 있어 밀착 지도를 받을 수 있지만, 대학에 오면 본인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고, 교수 1명이 다수의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죠. 대학은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갖췄다고 전제하지만, 실제로는 기초학력 미달, 또는 지적·심리적 발달 장애를 가진 학생 등이 모두 섞여 있어 현재의 교수법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 때문에 교수들이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맞춤형·밀착형 교육의 바탕이 되는 상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전 교직원의 상담 연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 대학에 심리학과와 상담대학원이 잘 운영되고 있어 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신임 교수부터 약 60시간씩 상담 연수, 교수 학습 방법 연수 등 학생들과의 공감 역량을 키우는 연수를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교수님들의 협조가 매우 크고, 본인들부터 필요를 느껴서인지 실제 반응들이 굉장히 좋아요.
그리고 하나는 아직 확정은 안 됐지만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소외되고 힘든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대학’입니다. 발달장애는 지적·정서적 정도와 증상 등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고등교육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교육은 가톨릭 교회대학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되어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단과대학 설립 등 다방면으로 지금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인프라도 많이 필요하고 단순히 될 문제가 아니어서, 일반 교육도 국가가 책임져야 되지만 특수교육 대상자의 고등교육은 국가가 더욱 책임져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정부에 국·공립 대학을 다양하게 해달라는 제안을 했어요. 현재 정부가 고등학교까지의 과정은 발달장애 학생들을 교육해주지만, 대학 이후 고등교육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부가 국공립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사립대하고 계약하자고도 제안했습니다. 미국의 코넬 대학의 경우 농과 대학은 뉴욕주하고 협약을 맺어서 주립대학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즉, 이렇게 사립대학에서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 대학을 운영하면 그 파트만 공립화시켜서 재정 지원을 하는 방식이죠. 다양한 형태로 사회적 수요가 있고 국가가 교육의 책무로써, 정책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는데 쉽게 움직일 것 같지 않아 안타깝죠.
■ 저희도 총장님 인터뷰를 통해 고등교육에서의 발달 장애 학생에 대한 부분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렇게 발달 장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제가 교육감이 되어 보니, 학생들을 정규분포 곡선에서 보면, 가운데 학생들은 시스템만 갖춰놓으면 잘 돌아가지만, 양극단(한쪽이 영재라면, 한쪽은 소외되거나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 위치한 학생들에 대한 교육서비스가 부족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교육의 서비스 수요 곡선하고 공급 곡선이 일치되면 일치되는 선에 있는 학생들은 만족도가 높겠지만, 일치되지 않는 학생들은 불만일 텐데, 맞춤형 교육을 한다고 말만 하는 형태이죠. 결국 이 양극단의 학생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해야 하고 이것이 교육감의 책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육감 재임 기간 동안 영재학교(영재반)도 만들었고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죠. 발달 장애가 있더라도 경증의 경우 충분히 취업 교육을 시킬 수 있어요. 장애학생을 위한 직업계 고등학교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하나, 장애 학생들은 예술 쪽의 감수성이 발달하여 문화예술 고등학교도 하나 만들었어요.
대구 교육청에는 장애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도 있고, ‘맑은소리하모니카앙상블’도 있어요. 이 학생들은 영국의 에딘버러 축제에도 초청받는 등 영국 곳곳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했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정부나 대학, 교육 기관의 책임자가 해야 될 일은 이 양극단의 학생들을 챙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교육 예산도 3분의 1씩 균등하게 편성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대학에 와서도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제 눈에 띄는 거예요. 장애 학생을 위한 고등교육에 대해 기본적으로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하지만, 결국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 줘야 된다고 생각해서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정부에 건의를 했던 것이죠.
■ 취임사에서 '미래 100년 새로운 창학'에 대한 포부를 밝히셨는데요, 총장님의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대학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학생일 것입니다. 잘 가르치고 잠재적 특성을 끄집어내어 입학한 학생들이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그 역량을 키워내는 학교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학생들의 든든한 응원군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지역사회가 필요한 대학이 되기 위해, 무엇보다 지역과 대학 모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