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더 나은 미래
청소년 어휘력·문해력 저하
유튜브 등 영상매체 영향 커
비판적 사고와 다양한 경험
교육 방식 전환으로 이끌고
오지선다형 수능도 개선해야
교육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학생들의 학력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국어 학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국어 기초학력미달비율은 중3의 경우 2017년 2.6%에서 2021년 6%로 늘었고, 고2의 경우 2017년 5%에서 2021년 7.1%로 늘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77.5%에서 64.3%로 크게 떨어졌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지난해 EBS의 한 프로그램에서 중학교 3학년 2천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어휘력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중3 학생 10명 중 단 한 명만이 혼자 교과서를 읽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의 어휘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흘'을 '4일'로,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아는 학생이 많다. '열심히 공부한다'를 줄여 '열공'이라 하니 6·25전쟁을 북한이 침략했다고 '북침(北侵)'이라고 말한다. 빈어증(貧語症) 학생이 늘어나니 선생님들은 교과와 상관없이 수업시간에 언제나 말뜻 설명에 진땀을 뺀다.
중등교육에서의 국어학력 저하는 바로 대학의 문제로 이어진다. 대학 신입생들의 독해와 표현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니 전공 서적을 제대로 못 읽는 학생들도 대학에 들어온다. 그래서 국내의 많은 대학은 학생들의 독해력과 글쓰기 교육에 힘을 쏟는다. 대구가톨릭대는 올해부터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글쓰기와 말하기를 필수과목으로 운영한다.
요즘 아이들은 글을 잘 읽지 않는다. 활자 매체가 아닌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로 정보를 얻고, 문자가 아니라 이미지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어휘력이 떨어진 것은 아이들의 삶의 범위가 좁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자기 방에서 혼자 컴퓨터와 놀고, 학교와 학원만을 오가는 아이들이 접하는 세상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세상과 접촉하는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풍부한 어휘력을 갖기는 어렵다. 성인이 됐을 때 쓰는 어휘는 대략 2만개에서 10만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2만개를 쓰는 사람과 10만개를 쓰는 사람은 삶의 폭이 다르고 사고의 깊이도 다르다. 어휘력 문제는 단순히 국어교과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思考) 체계의 문제이며 삶의 문제다.
디지털 강국이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의 디지털 문해력 또한 높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공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디지털 문해력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멕시코, 브라질과 함께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디지털 정보에 대한 사실과 의견 식별률이 최하위로 OECD 평균인 47%보다 크게 낮은 25.6%로 나타났다. 텍스트나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고 추론하고 가공하는 능력이 낮다는 뜻이다.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코로나 세대 학생들을 위한 기초학력복원 프로그램의 집중 가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작한 전체 학생 중 3%를 표집해 조사하는 방식을 바꾸어 전체 학생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기초학력미달 학생을 교사가 한 명 한 명 밀착 지도하는 적극적인 대책 또한 필요하다.
전체 아이들의 어휘력과 문해력이 떨어지는 문제는 기초어휘와 필수 어휘를 가르치고, 글을 많이 접하게 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아이들의 삶의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교육, 사고하고 비판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 되도록 수업과 평가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등교육의 틀을 좌우하는 '오지선다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